브루클린 다리에서 헤어진 두 남녀가 같은 공간, 같은 시간 (실은 완전히 같지는 않고, 매우 유사할 뿐이다), 같은 인물을 공유하지만 전혀 다른,
그런 두 삶을 각각 살게 된다.
처음 green 파트와 yellow 파트로 나누는 기발함을 제외하고, 각각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어떻게 보면 허술하다고도, 어떻게 보면 식상하다고도 할 만한 이야기인데,
양쪽 파트를 번갈아 보여주면서,
전혀 다른 각각의 이야기에서 비슷한 정도의 극적 긴장감를 이끌어내는,
또한, 한쪽의 정서가 다른 쪽의 정서에까지 영향을 주는,
그런 연출이 흥미롭다.
Yellow 파트는, 우연히 주운 휴대 전화가 음모에 얽힌 휴대 전화였다는 비일상적인 소재로 인해,
일상 생활에서의 고민과 선택, 그리고 화해를 그린 green 파트에 대비되어,
극적인 긴장감의 형성과 해소에 용이했을 것으로 보이나,
yellow 파트에서의 긴장은 결국 green 파트에까지 전해져서,
한쪽에서 '혹시 저러다 주인공 중 한 사람이 총에 맞아 죽는 거 아냐?'라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다른 한쪽에선 '혹시 저러다 저 둘이 헤어지는 거 아냐?'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야 마는 것이다.
전혀 다른 이야기지만 이렇게 비슷한 정서를 공유하면서 전해주고자 하는 것은 결국,
평범해 보이는 우리 삶도 실은,
운명을 건 선택과 살 떨리는 승부의 순간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얘기 아닐까 싶다.
최근 스티븐 호킹의 <위대한 설계>를 읽고 난 후 공교롭게도
<옥희의 영화>, <Mr. Nobody>, 그리고 <Uncertainty> 를 보게 되었는데,
다중우주와 불확정성의 원리 등에 대한 약간의 정보라도 있다면 훨씬 재밌게 볼 수 있을 영화들인 것 같다.
불확정성의 원리는 영어로 uncertainty principle이라는데,
과학 이론에서 영감을 받아(확실치는 않음) 이런 설정을 생각해냈다는 기특함 외에,
그 내용의 치밀함까지 바란다면 과한 욕심일까.
그나저나.
조셉 고든 레빗이 좋아서 본 영화인데,
린 콜린스에 눈을 뺏기고 말았다.
매끈한 등과 눈의 빛깔(green), 큰 입으로 인해, 정말이지 시워어어어언한 이미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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