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썸네일형 리스트형 욕망 앞에 장사 없음을 - 나의 사적인 여자친구 (Une Nouvelle Amie) (Francois Ozon, 2014)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여성복도착자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데이빗과, 사랑하는 친구를 잃고 그의 남편이 여성복도착자인 걸 알게 된 후 자신의 은밀한 욕망 역시 드러나게 되는 클레어의 이야기. 남들이 원하는 걸 자신이 원하지 않음을 알게 되는 당혹스러움에 공감하게 만들고, 그리고 위로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건 감독의 재주. 하지만 좋은 짜임새 같지만서도, 이런 욕망이 얽히고 섥힌 이야기가 지탱될 수 있는 건, 작중에서 마치 욕망이 없는 듯이 구는 클레어의 남편 덕이다. 아내가 친구의 남편과 단 둘이 여행을 다녀와도 넘어가고, 아내가 보이는 모습이 의뭉스럽기 짝이 없지만 닦달하지도 않고, 아내가 자신에게 숨기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지만 화내지도 않고, 오히려 늘 아내를 위로하고 조언을 해주는 모습이다. 남편이.. 더보기 나도 한발만 더 갔으면 소시오패스였을까 - In the House (Dans La Maison) (Francois Ozon, 2012) 아주 시~시~하게 이야기해보자면, 집안 사정이 불우하지만 머리 하나는 비상한 소시오패스 학생이, 글쓰기에 열정을 바쳐서 주변인들에게 상처를 주는 이야기랄까. 하지만 요 정도로 표현하기엔 몰입과 재미가 상당하다. 구구절절한 설명 없이도 현실감 있게 다가오는 캐릭터들이, 각자의 욕망 앞에서 각개격파 당하는데, 그 욕망의 부싯돌을 튕긴 게 무언고 하고 쫓아가보면, 금발을 가진 마성의 남학생이 나온다. 나도 어릴 때를 생각해보면, 밑도 끝도 없이 폭력적이고, 다른 사람들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 해서, 다른 사람들의 마음 뿐만 아니라 몸에도 상처를 주는 일이 많았는데, 그래서인지 이래저래 좀 공감이 갔던 내용. 그렇다고 내가 마성을 가져서, 누군가로 하여금 욕망을 품게 한 적 따윈 없지만서도.ㅎㅎ 아무튼 그런 소시.. 더보기 겨우 이 정도가 서부의 민낯이려고 - Slow West (John Maclean, 2015)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마카로니 웨스턴에서 이미 낭만적이고 선과 악과 분명한 서부는 벗어났고, 이후 늑대와 춤을 추기도 하고, 흑인 총잡이가 복수를 하기도 했으며, 이번에는 서부 영화 + 순애보 로맨스다. 걸핏 하면 빼앗고, 툭 하면 훔치고, 아무렇지 않게 죽이는 와중에, 사랑과 삶의 가치를 얘기하는 이방인으로 인해 한 무법자가 구원 받는 영화랄까. 연출 담백하고 연기 괜춘하나, 밑도 끝도 없는 순애보와, 개연성 부족한 무법자의 호의, 그리고 별로 그럴 법 하지 않은 총싸움이, 약간 아쉽다. 그래도 뭐, 영화적 재미에 아주아주아주아주 충실한 영화. 아직 안 본 분이라면 강추.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다. 선댄스 영화제가 그닥 예술성 따지지 않아서인지, 내 취향인 경우가 많다. 어디선가 서부개척시대.. 더보기 겨울왕국에 이은 디즈니의 연타석 홈런 - 빅 히어로, 2014 2004년의 최고의 오락 영화라고 감히 말했던 을 떠올리게 만드는, 괜찮은, 아아아아주 괜찮은 오락 영화 되시겠다. 로봇 제작에 재능이 있는 아이가, 형의 유품인 로봇과 형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서 형의 죽음에 얽힌 사연을 파해친다는 얘기...인데, (다음 줄부터 해당 문단의 끝까지 스포 주의) 어라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로봇 박람회에서 생긴 화재 사고가 교수가 고의로 저지른 일인지, 우연히 사고가 난 건지 확실치가 않다. 교수가 자기가 죽은 것으로 꾸미기 위해 스스로 벌인 자작극이라고 생각해야 앞뒤가 맞기에 그냥 그렇게만 여기고 넘어갔는데,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일부러 그랬다는 얘기를 한 적이 없는 것 같다. 편집이 잘못 된 것인지, 아니면 애시당초 그런 장면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그런 얘기가 있었.. 더보기 모두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아이가 안쓰러워 - 메이지가 알고 있었던 일 (스콧 맥게히, 데이빗 시겔, 2012) 나를 보면 올레TV 마케팅 팀이 큰 보람을 느끼리라. 올레 TV를 켤 때면 목표로 하는 VOD가 있지만, 그걸 다 보고나서 올레 TV에서 영화 소개나 배우 인터뷰, 감독과의 대화 등등 나올 때면 시간 가는 줄 모르다가 끝낼 타이밍을 놓치기 일쑤다. 씨네21이 정기적으로 배달되는데도, 이래저래 보기를 미루다보니 그저 헌책 모아놓는 박스에 봉지째로 들어가기를 몇 달 째, 스파이크 존즈의 신작도, 미셸 공드리의 신작도 올레TV로 먼저 알게 됐으니 나원참, 어떻게 생각하면 올레TV에 고맙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렇게 멍하니 영화 소개를 보다가 보고 싶은 영화들이 생기고 (주로 스마트폰 앱인 왓챠에 기록, 이전에는 메모 앱으로 따로 만들었는데, 이거 나오고 정말 얼마나 편한지), 다음날이나 그 다음날에는 어김 .. 더보기 이해는 가지만 모두가 이러진 않았으면 해요 - 아무르 (미하일 하네케, 2012) 피아니스트였던 여자가 있다. 누군가의 피아노 스승으로, 누군가의 아내로, 누군가의 어머니로 그렇게 중산층의 가정을 이루고 소박하지만 아름답게 살아가던 그는, 어느날 뇌졸중을 얻어 오른팔과 다리의 자유를 잃어버리면서 피아노 또한 멀리 하게 되었고, 잇따른 증상의 악화로 의식 또한 그에게서 멀어졌다. 삶의 추락의 폭이 커서였을까, 남편의 절망은 그만큼 깊었고, 죽음의 시점을 스스로 선택하기에 이른다. 라고 나는 썼지만, 감독은 아무르, 즉 사랑이라는 제목으로써, 죽음의 시점을 선택한 남편에게 있어 절망보다, 사랑이 더욱 깊었음을 설득시킨다. 의학적 고증이 꽤나 그럴 듯 해서, 경동맥 혈전 제거 실패와 그로부터 파생된 색전으로 인한 중대뇌동맥의 폐쇄, 그리고 연이은 reattack으로 점점 의식마저 온전치 않.. 더보기 졸릴 때 본 내가 잘못 - The Tree of Life (Terrence Malick, 2011) 22세 때 영화가 그저 데이트를 구성하는 한 요소가 아닌, 숨 쉬는 것도 잊고 듣고 싶을 만큼 잘 짜여진 한 편의 이야기일 수 있음을 알았고, 23세 때 영화가 명화를 연속해서 감상하는 일이 될 수 있음을 알았고, 23세 때 영화가 사회를 고발할 수 있음을 알았고, 24세 때 영화가 어떤 점에서는 사진전일 수 있음을 알았고, 32세 때 영화가 최신의 디자인의 경연장일 수 있음을 알았고, 33세 때 영화가 글쎄, 한 편의 시가 될 수 있음을 알았다. 우주가 생기고, 지구가 생기고, 생물이 생기고, 인간이 생기고, 아이가 자라고, 아버지가 되고, 아이를 기르고, 그 아이가 자라고... 한참 '아름다운 한글을 느끼고 싶다..'고 생각하며 시집을 사서 보던 때에 영화를 봤음에도 불구하고, 어우 너무 졸려서 그만.. 더보기 뻔한 게 또 매력 - 블룸 형제 사기단 (Rian Johnson, 2008) Brick을 워낙 좋아해서 보게 된 라이언 존슨 감독의 작품. 개봉 당시 시시한 리뷰와 평점으로 인해 별로 안 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브릭 리뷰를 쓰고 나니 갑자기 생각나서 그만 보게 되었다. 보게 되었는데... 글쎄, 재밌던데, 응? 개성 있는 캐릭터와, 황당하고 귀여운 사기의 구성, 곳곳에 피식피식 웃게 만드는 위트 있는 이야기 방식까지, 음 그러고보니 이런 건 웨스 앤더슨의 장기가 아니던가. 그래서인지 이 영화를 보고 가장 먼저 생각난 건 웨스 앤더슨의 다질링 주식회사다. 모종의 결핍을 공유하고 있는 형제들이 함께 여행하며 겪는 사건들을 보여주는 웨스 앤더슨의 재치발랄 영화. 그건 그렇고 아무튼 블룸형제사기단은 이런 식의 재기 넘침에 힘입어 뻔한 결말도 유쾌하게 받아들이도록 해준다. 마크 러팔로는... 더보기 소년 탐정 김전일보다는 이편이 훨씬 더 세련되지 않은가 - Brick (Rian Johnson, 2005) 정교한 플롯, 빠르면서도 충분히 납득 가능한 전개, 뻔하거나 칙칙하지 않은 반전, 그리고, 죠셉! 죠셉! 죠셉 고든 레빗!!! 저리 괴짜이면서 불안정하고 집요한 청춘이라니. 미스테리어스 스킨과 500일의 서머와 언서튼티 등등 죠셉이 아니고서야 가능하랴...하는 특화된 정서 표현자. 죠셉을 볼 때마다, 바스켓볼 다이어리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아이다호의 리버 피닉스와, 아비정전의 장국영이, 한꺼번에 떠오르게 되는 건 내 마음 속의 작은 기적?ㅋ 한 달이 멀다하고 끔찍한 사건에 휘말려들지만 그 와중에서도 인간미와 긍정적인 태도를 잃지 않는 김전일은 좀 보고 배워서, 정서적 트라우마도 좀 품고, 인간성에 대해 회의도 하고 좀 그러라고.ㅋㅋ 별점은 4.5 / 5 너무 후하다 싶긴 하지만 이상하게 내 맘에 쏙.. 더보기 남의 얘기가 제일 재밌지 반은 뻥이라고 해도 - 다른 나라에서 (홍상수, 2011) 사람의 인식이라는 게, 기억이라는 게, 또 그걸 전하는 말이라는 게, 얼마나 허술한지, 또 사람이 살아가면서 겪는 일 그 자체가, 얼마나 불합리와 황당함으로 점철되었는지, 그래서 사람끼리 나눌 이야기가 또 그렇게 많은지, 를 허허 웃으며 술 한 잔 하는 분위기로 알려주는 듯한 영화. 이전 영화보다 좀 친절해졌달까, 애시당초 어느 작가의 시나리오 구상이라는 전제 하에 에피소드가 펼쳐지기에, 앞뒤를 맞출 필요도, 실은 이러이러한 사건인데 저렇게들 인식하고 기억하고 전달하나보다..라는 추측을 할 필요도, 없어졌다. 마치 어떤 후배 시나리오 작가가 한 술자리에서, 이제 막 사회물을 맛본 치기와, 갓 마신 소주에 의한 취기와, 예쁜 여자를 앞에 둔 호기를 반죽하여, "형 이런 내용인데, 어때요?" 라며 들려준 몇.. 더보기 이전 1 2 3 4 다음 목록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