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이라고 좋아할 것도, 기 죽을 것도 없어 - Illusionist (Sylvain Chomet, 2010)
신데렐라의 요정이 나타나 유리구두를 신겨 황금마차를 태워줄 거라 믿는 소녀는, 실은 '소비'라는 환상 속에 갖혀버렸고, 그녀를 지켜주고 싶은 마술사는 환상을 버리고 더 많은 '노동'을 찾게 되는데, 이미 세상이 '소비'하기에 그는 너무 구닥다리, 봉투 속에 지폐를 한 웅큼 넣어 소녀에게 건네고, 마술의 비밀은 결국 이것이었음을, 마술사는 존재하지 않음을 밝힐 때, 동화가 끝나고 삶이 시작된다. 동화의 한가운데 서있는 나는, 이제 곧 칼바람이 부는 곳으로 가야 하는 걸 아는데. 그나저나, 이런 그림, 그리고 싶다, 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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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 슈슈의 고백 - 파수꾼 (윤성현, 2011)
궁금증을 자아내며 이야기를 시작해서 점점 고조시키다가 고요하게 불편한 마음으로 맺는 연출이 탁월. 십대의 허세와 상처, 방황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것, 이제훈의 불안하고도 분노에 찬 눈빛이, 이와이 슈운지의 을, 또 시간을 뒤집고 시점을 제한해서 조금씩 정보를 흘려 오해를 만들었다가 풀고, 또 다시 오해를 만들었다가 풀고 하는 모양새가, 나카시마 테츠야의 을 닮았다. 하도 화제라길래 보려다가, 너무 마음이 어두워질까봐 미루고 미루던 차에 오늘 저녁 식후 용기 내어 겨우 봤는데,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불편한 감정이 지속되어, 저녁 먹은 게 소화가 안 되고 그대로 더부룩한 상태.ㅋ 누군가 훔쳐간 나의 '서지원 1집' 테이프를 찾으려고 반 아이들을 앉혀놓고 "내가 뒤져서 나오면 죽인다"고 호통 쳤던 친구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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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실은, 삶의 매 순간 순간이 살 떨리는 선택인 걸 - Uncertainty (Scott McGehee / David Siegel, 2008)
조셉 고든 레빗이 좋아서 보게 된 영화. 브루클린 다리에서 헤어진 두 남녀가 같은 공간, 같은 시간 (실은 완전히 같지는 않고, 매우 유사할 뿐이다), 같은 인물을 공유하지만 전혀 다른, 그런 두 삶을 각각 살게 된다. 처음 green 파트와 yellow 파트로 나누는 기발함을 제외하고, 각각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어떻게 보면 허술하다고도, 어떻게 보면 식상하다고도 할 만한 이야기인데, 양쪽 파트를 번갈아 보여주면서, 전혀 다른 각각의 이야기에서 비슷한 정도의 극적 긴장감를 이끌어내는, 또한, 한쪽의 정서가 다른 쪽의 정서에까지 영향을 주는, 그런 연출이 흥미롭다. Yellow 파트는, 우연히 주운 휴대 전화가 음모에 얽힌 휴대 전화였다는 비일상적인 소재로 인해, 일상 생활에서의 고민과 선택, 그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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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 본과 더불어, 그놈의 첩보 전쟁이 낳은 또 다른 국제 미아 - Unknown (Jaume Collet-Serra, 2011)
설정은 분명 흥미를 끌기에 부족함이 없었으나, 약간씩 허술한 부분이 자주 보여서, 결국 누적되다보니 영화 초반의 흥미를 모두 갉아먹었으며, "그래도 대체 어떻게 저 상태가 된 건지는 알아야지" 싶어서 끝까지 본 나를, 시시하고 억지스러운 결말로 실망시켰다. 이런 영화에서는 내용의 사소한 부분까지 챙기는 치밀함과 더불어, 관람객들의 추리를 뿌리치면서도 내적 타당성을 잃지 않는 결말, 더불어 현실적이고도 시원한 액션 등을 기대하기 마련인데 (제이슨 본은 이 모두를 보여주었기에 나는 열광할 수 밖에 없었다.), 언노운은 어떤 것도 충족시켜주지 못 하고 있다. 킬러라는 녀석들은 어설프기 짝이 없어서 과연 한 명이라도 죽이는데 성공한 적이 있을까..싶고. 불법 체류한다는 여자는 헤프기 짝이 없어서, 모르는 남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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