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였던 여자가 있다.
누군가의 피아노 스승으로, 누군가의 아내로, 누군가의 어머니로 그렇게 중산층의 가정을 이루고 소박하지만 아름답게 살아가던 그는,
어느날 뇌졸중을 얻어 오른팔과 다리의 자유를 잃어버리면서 피아노 또한 멀리 하게 되었고,
잇따른 증상의 악화로 의식 또한 그에게서 멀어졌다.
삶의 추락의 폭이 커서였을까, 남편의 절망은 그만큼 깊었고,
죽음의 시점을 스스로 선택하기에 이른다.
라고 나는 썼지만, 감독은 아무르, 즉 사랑이라는 제목으로써,
죽음의 시점을 선택한 남편에게 있어 절망보다,
사랑이 더욱 깊었음을 설득시킨다.
의학적 고증이 꽤나 그럴 듯 해서,
경동맥 혈전 제거 실패와 그로부터 파생된 색전으로 인한 중대뇌동맥의 폐쇄,
그리고 연이은 reattack으로 점점 의식마저 온전치 않게 되는 과정 등이 사실적이다.
그로 인해 가족들이 겪게 되는 고통이야 수없이 봤던 것이지만,
그것이, 육체적, 경제적으로 가해지는 고난에 의해 지쳐서라기보다는,
사랑하는 사람이 더이상 자기 자신으로 존재할 수 없게 되었다는 그 사실 앞에 느끼는 슬픔과 좌절 때문일 수도 있음을,
새삼 느꼈다.
나는 언젠가 내 삶의 존엄한 마감을 결정할 수 있을까.
나 또는 내 반려가 스스로 존엄한 사람의 마감을 결정할 수 없을 때, 우리는 서로 그 결정을 도울 수 있을까.
영화 평론이지만, 마치 문학 작품을 읽은 듯이 가슴을 탁 치며 고개를 주억거리게 되는 좋은 평론 하나를 소개한다.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72320
별점은,
씨네21의 평론을 읽기 전에는 3.5/5
씨네21을 읽은 후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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