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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맹장보다 지장이 낫고, 지장보다 덕장이 낫고, 덕장보다 운장이 낫지만, 운장이 인기가 많진 않아 - 캐리비안의 해적, 2011

캐리비안의 해적을 보면서 기대하는 즐거움이 있다면,
언제나 경쟁자를 만나면 '갑'이 아닌 '을'의 입장을 취하는 (심지어 자기 배 안에서도 은근히 선원들한테 씹히는)
잭 스패로우가 그의 동료들과 티격태격하면서도 결국 재치를 발휘해서 '갑'을 골탕 먹이는 것인데,
이게 참 오묘한 것이, '갑'이 골탕 먹으면서도 언제나 우위를 놓치지 않으나,
결국 모든 것을 갖는 자는 캡틴 잭이고, 악당은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경우가 보통인 것이다.
권선징악이라고는 도저히 할 수 없고,
정망적인 상황 속, 심지어 죽음을 앞에 두고서도 유머와 능청으로 대하는 잭 스패로우가, 언제나 권위에 기대면서 괜히 근엄하고, 거만하면서 욕심은 많은 캐릭터들을 처단하는 걸 보면,
권'유머'징'탐욕' 정도가 되겠다.
탐욕에 눈이 어두워 풍자와 유머, 위트를 죄악시하는 현재 대한민국에도 필요한 교훈일까. ㅎㅎ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는,
대체 내가 알던 잭 스패로우가 어디로 갔는지,
정말 저 눈 화장 진하고 건들거리는 자가 내가 알던 캡틴 잭이 맞는가 싶을 정도로,
곧 죽어도 나불거리는 주접과 능청 외에는(영화를 통틀어 재밌는 게 바로 이것 뿐) 전작에서의 재치는 찾아보기가 힘들고,
결국 그에게 남은 건 억세게 좋은 운 밖에 없었다.
마지막엔 잭 스패로우가 승리하리라는 것을 알고 보는 거라면, '어떻게' 이루는지가 중요해지는데, 이렇게 우연과 행운으로 점철된다면, 결국 올란도 블룸과 키이라 나이틀리가 유능하긴 했구나... 싶으면서 ㅋ, 또 다음 편엔 과연 잭이 살아 있을 수나 있을까...싶은 것이다.

전작까지는, 이런 걸출한 오락 영화 시리즈가 있어줘서 고맙고 든든한 기분이었으나 (해리 포터와 반지의 제왕 등은 전혀 든든하지 않음), 이제는 그저 생각 없이 실실 웃으며 볼 영화 하나가 줄어버린 것 같아서 슬프다.
쿵푸 팬더와 슈렉, 너희만 믿어보마.ㅋㅋ

그나저나,
페넬로페 크루즈는 격하게 아끼는 배우인데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페르소나랄까, 꺄옷), 조니 뎁과는 <Blow> 이후 약 10년 만에 호흡을 맞추는 거라 그런지,  또 이런 판타지 액션 영화는 처음이라 그런지 약간 어색해 보였다.
어우 그래도 역시 궁극의 매력을 갖춘 배우.
납작하고 창백한 납덩이 같은 키이라 나이틀리 보다는 5만 배 좋지 않은가 말이야. ㅋㅋㅋ



또 그나저나,
제일 처음 등장하는 인어가 또 보통 매력적인 게 아닌데,
옆에 있던 '패션하는 구박사'가 유명 모델, 젬마 워드라고 알려주었다.

바로 이 언니.
상당히 동안이고, 몇몇 사진에선 꽤나 포스 있으신 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