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과 예술, 이성과 감성, 인식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의식하지 못 하는 기전이 우리의 삶의 방향을 정한다.
라는 사실을 공통으로 역설하면서도,
마이클 가자니가는 인공지능과 유전자 조작 등 미래의 기술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예측과 권고로 맺음하고 있으며,
데이비드 이글먼은 뇌신경학적인 지식이 쌓일 수록 도덕과 법, 사회제도 등이 그에 맞게 변화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자기 인식이 도덕적 행위의 촉매가 된다는 것,
이성과 감성은 우리가 인식하는 것과는 다르게 무의식적인 영역에서 서로 영향을 끼친다는 것,
경제적인 이론이 아닌 뇌신경학적인 배경으로 개인의 재산 소유를 지지하는 것,
어떻게든 합리적인 척 설명을 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
예술과 미에 대한 감각은 교육에 의한 것만은 아니고 무의식 깊은 곳에 생존 및 번식에 유리한 장치로써 존재한다는 것,
우리가 무엇인가에 호감을 갖게 되는 동기는 복잡하면서도 매우 유치한 부분도 있다는 것,
등이 흥미롭다.
삶의 동기와 사회의 구성 배경으로써 작용하는 인간 본성을 연구한다는 점에서,
철학의 위치를 위협하기까지 하는 것으로 보인다.
스티븐 호킹의 <위대한 설계>는 출판 이후 강연에서 '신은 없다'는 뉘앙스의 얘기를 한 것으로 더욱 화제가 되었는데,
설명하는 분야가 다를 것만 같은, 달라야 할 것만 같은, 두 영역인 철학과 과학이,
지금까지도 그래왔지만, 이제는 더욱 강하게 서로 충돌한다는 느낌이다.
그 중 특히 현대물리학과 인지신경과학은 효과적으로 반박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한 설득력을 갖추고 다가온다.
하지만 이마저도, 마이클 가자니가와 데이비드 이글먼의 설명을 빌리자면,
감성적인 받아들임 없이는 이성의 설득도 불가하다 하겠으나,
내게는 오히려 이런 차갑고, 분명하고, 단도직입적인 설명이 이성 뿐만 아니라 감성에도 맞더라.
삶의 여러 가지 선택을 마주 하고 머리가 복잡하던 때에 마침 접하게 되어 읽게 된 책.
무척 재미 있게 읽었으나, 여전히 선택지는 공란인 채 앞에 놓여있다.
우연히 가게에 들어가서 입어본 옷이,
보면 볼 수록 내게 과분한 옷이라는 걸 절절히 느끼면서도,
집에만 가면 그 옷에 대한 생각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데.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말의 맛 - 칼의 노래 (김훈, 2001) (0) | 2012.09.28 |
---|---|
피로사회 - 한병철, 문학과 지성사 / 긍정의 배신 - 바버라 애런라이크, 부키 (0) | 2012.07.10 |
밀란 쿤데라 - 농담 (0) | 2011.05.04 |
에밀 아자르 - 그로 칼랭 (0) | 2011.05.04 |
박민규 - 더블 (0) | 2011.04.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