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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너머로 달리는 말』김훈, 2020 김훈 작가의 소설. 신화나 역사물을 가장한 판타지물이라 할 만 하다. 특유의 간결한 문장으로 왕국의 성쇠와 말들의 생몰을 건조하게 펼쳐낸다. 더보기
『어쩌다보니 스페인어였습니다』하현, 2019 소설가가 꿈인데 어쩌다보니 에세이만 쓰게 된 작가의 스페인어 학습기. 인스타에서 공감을 많이 불러일으키는 글을 쓰다가 독립출판물 『달의 조각』을 내게 되었고, 빌리버튼 출판사의 제안을 받아 재출판, 나름 괜찮은 반응을 받았던 작가이다. 『달의 조각』과 마찬가지로 '유치함'과 '안 유치함'의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책. 무엇보다, 20대의 솔직한 마음을 접하는 것에 책의 가치가 있다. 술술 읽혀서 다 읽는데 2시간도 안 걸렸다. 20대로 돌아가 공감하게 되는 책. 그리고 철없음과 미숙함을 그리워하게 만드는 책. 더보기
『리뷰 쓰는 법』 - 가와사키 쇼헤이 (2016 → 유유, 2018)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3444999 비평의 의미 : 비평은 가치를 전달하는 것. 준비 : 감정 배제 대립 의견 상정 자료 조사 비평이 세계에 끼칠 영향을 상상 독자의 이해력을 높이 상정 쓸 때 : 평균적인 독자를 만족시키는 글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 독자가 주의를 기울이는 문장을 쓰자. 정보는 서두에 정리하고 후반에 의견을 담자. 긍정적인 점을 강조하기 전에 부정적인 요소를 먼저 밝혀보자. 긍정의 말로서 부정을 강조할 수 있다. 일인칭 복수 대명사 (우리들) 은 함부로 쓰지 말고 되도록 일인칭 단수 대명사 (나) 를 주어로 삼자. 다만 나의 의견일 뿐이라는 인상을 줘서는 안 된다. 삼인칭 대명사를 주어로 삼을 때도 있다. 자신 스스.. 더보기
개인과 사회, 자연을 모두 살펴야 진실한 치료임을 - [인문과 학의학, 치료로 만나다] (강용원, 2014) 'N포세대'라고 했던가. 포기에 포기를 거듭해야만, 겨우 숨 쉬고 밥 먹고 살아갈 수 있다고 하는 젊은이들이 있는 사회, 지금의 한국이다. 이런 한국의 병적인 상태를 치유하고자 하는 바램으로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이 '인문학'인데, 인문학적인 치료를 표방하는 행위들을 접한 저자가, 치료를 주업무로 하는 의료인의 입장에서, 본인이 가진 인문학적인 견해를 첨부하여, 비판과 대안을 제시하는 책이다. 저자는 현재 한의사로, 과거에 신학대를 다녔고, 사회운동에도 열정적으로 참여했는데, 그것이 책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원효의 '화쟁' 사상을 본인의 해석대로 진료 과정에 응용하고 있으며, 치료는 개인적인 차원에서만 이루어질 것이 아니라, 가족, 국가, 나아가 자연까지 다루어야 진정으로 치료가 될 수 있다고 역설한.. 더보기
귀여니의 근황이 궁금해졌어 - <천사의 부름> 기욤 뮈소, 2011 티스토어에서 공짜로 책을 살 수 있는 쿠폰이 생겨서, 기욤 뮈소는 대체 누구길래 그 작품들이 줄줄이 히트를 치는지 궁금해서, 내 수십 년 후 관에 들어가기 전에 21세기 초를 유행하는 것 하나 더 마음에 품으면 좋으리라 싶어서 그만, 그만, 사버린 소설. 조금만 쳐다보면 마치 손난로 마냥 따스해지는 갤탭을 부여잡고, 과열로 재부팅되기를 몇 번, 하여 다 읽었는데 글쎄, 끙. 우연히 마주쳐 티격태격하고, 우여언히 서로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고, 우여어언히 함께 관련된 사건이 있음을 알게 되고, 우여어어언히 추리하는 내용들이 착착 들어맞고, 우여어어어언히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우여어어어어언히 사랑에 빠지게 되는 이야기라니, 어우 나랑은 너무 안 맞아 못 보겄다 허허. 프랑스에서 태어난 귀여니가 이모티.. 더보기
우리말의 맛 - 칼의 노래 (김훈, 2001) 한동안 영미권 글들만 읽다보니, 아무리 번역이 유려하다 할지라도, 그 문장이 그 문화권에서 불러일으키는 감흥을 느끼지 못 하는 것 같아 아쉽고 또, 저자가 몇십 평생을 통해 갈고 닦았을 것으로 생각되는 유머와 위트를 온전히 알아채주지 못 해서 송구스러워서, 한국 소설을 읽고 싶어졌다. 우리 동네 도서관은 책이 몇 권 있지 않아서 찾는 책이 없는 경우가 다반사라, 민망해 하시는 사서 아주머니께 인사만 드리고 오는 일이 잦았는데,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정해놓고 가지 않는 때에는 오히려 작은 규모가 장점인지라, 한국소설이 모여있는 책장 (그래봤자 1미터 너비가 5칸)에는 모두 제목은 한번쯤 들어봤음직한 유명작들만 있어서, 그저 한 권 쓱 뽑아오면 본전은 뽑게 되는 것이었다. '칼의 노래' 동인문학상 수상작으.. 더보기
피로사회 - 한병철, 문학과 지성사 / 긍정의 배신 - 바버라 애런라이크, 부키 자기계발서가 넘치는 요즈음, 그런 책들의 대부분에서 강조하는 긍정과 낙관의 태도가 어쩌면, 자기 스스로를 착취하는 틀을 만들어내서, 삶다운 삶을 사는 것을 방해하는 것은 아닌가에 대한 고찰. p.33 "걸으면서 심심해하고 그런 심심함을 참지 못하는 사람은 마음의 평정을 잃고 안절부절못하며 돌아다니거나 이런저런 다른활동을 해볼 것이다. 하지만 심심한 것을 좀더 잘 받아들이는 사람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 어쩌면 걷는 것 자체가 심심함의 원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인식은 그로 하여금 완전히 새로운 움직임을 고안하도록 몰아갈 것이다. 달리기, 또는 뜀박질은 새로운 움직임의 방식이라기보다 그저 걷기의 속도를 높인 것일 뿐이다. 이를테면 춤은 완전히 다른 종류의 움직임이다. 오직 인간.. 더보기
내게는 이런 것들이야말로 철학 - 왜 인간인가 (Michael Gazzaniga, 2008), 인코그니토 (David Eagleman, 2011) 도덕과 예술, 이성과 감성, 인식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의식하지 못 하는 기전이 우리의 삶의 방향을 정한다. 라는 사실을 공통으로 역설하면서도, 마이클 가자니가는 인공지능과 유전자 조작 등 미래의 기술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예측과 권고로 맺음하고 있으며, 데이비드 이글먼은 뇌신경학적인 지식이 쌓일 수록 도덕과 법, 사회제도 등이 그에 맞게 변화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자기 인식이 도덕적 행위의 촉매가 된다는 것, 이성과 감성은 우리가 인식하는 것과는 다르게 무의식적인 영역에서 서로 영향을 끼친다는 것, 경제적인 이론이 아닌 뇌신경학적인 배경으로 개인의 재산 소유를 지지하는 것, 어떻게든 합리적인 척 설명을 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 예술과 미에 대한 감각은 교육에 의한 것만은 아니고 무의.. 더보기
밀란 쿤데라 - 농담 삶의 어느 부분이나 상황이 아닌, 나의 어릴 때 모습부터 현재의 모습까지, 두루두루 공감할 바가 많은 이야기. 급변하는 체제와 이데올로기에 의해 왜곡된 수 많은 삶들을 보여주는 점에서는 다이허우잉의 를 떠올리게 했고, 어떻게 보면 몇 십 년에 걸친 성장 소설이기도 하다. 소녀가 가진 결점을 알지만, 이쁘장한 외모와 그저 치마를 둘렀다는 사실에 반해버린 감정과, 그 소녀가 연락이 뜸한 것을 대하는 초조함에 빚어지는 철 없는 도발, 그로 인해 꼬인 삶 속에서도 그칠 줄 모르는 연애에 대한 욕구, 그 모든 것을 안은 채 성장을 멈춘 소년은, 세상을 향한 작은 복수를 계획하나, 그 복수는 스스로의 가슴에 상처를 낼 뿐이고, 책의 마지막 10장의 분량에 걸쳐 질풍 같이 성장하고 화해한다. 농담을 농담으로 받아들이.. 더보기
에밀 아자르 - 그로 칼랭 우선 처음 책을 펼치고 몇 장은 정신이 없었다. 을 염두하고 읽기 시작한 나는, 그의 기괴한 말투 덕분에 자꾸만 앞, 뒷장을 뒤적거리며 헤매야 했다. 대화 뿐만 아니라 생각 역시 책에서는 글로 밖에 표현될 수가 없는데, 하필이면 일인칭으로 서술하는 통에, 주변인의 행동에 대한 서술과 대화 내용 마저 믿을 수가 없게 되는 것이었다. 그래도 계속 읽다보니 말투가 익긴 익었는데 그게, 생각해보면, 익숙해졌다기 보다는 그저 어느 정도 무시하며 읽게 되었다고 하는 게 맞겠다. 그런데, 책의 중반부를 넘어 어느새 내가 그로 칼랭과 호흡을 같이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화들짝 놀라는 순간이 있었는데 그건, 글을 자세히 읽고 이해가 깊어져서 생기는 감정 이입이 아니라, 그의 사고가 나의 사고와 닮았다는 느낌에서 비롯..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