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을 영리하게 사용하는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작가의 글을 읽을 때면, 외국 작가들의 번역본을 읽을 때 느끼는 '어색한 고상함'이 없어서 좋다.
그 '어색한 고상함'이란, 외국어의 단어와 우리말의 단어의 뜻이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 와중에, 문장의 호흡을 해치지 않고 어떻게든 의미를 옮기려다 보니 한자어의 사용이 느는 것, 그리고 접속사와 쉼표 등으로 기이이이일게 이어지는 외국어 문장을 따라 역시 길어지는 한글 문장 등에 의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는데, 한글이 주는 재미와 호흡, 운율을 잘 이해하고 있는 듯한 박민규의 문장은 씁쓸한 그 내용에 상관 없이 읽는 재미를 준다.
삶을 우아하게 표현하지 않을 거라면, 약간의 냉소 어린 풍자와 해학이 내 마음에 쏙 드는 표현 방식인데, 그런 의미에서 박민규의 작품은 시종 일관 나를 만족시켜 주었다.
아직도 나를 씨익 웃음 짓게 만드는 그 말.
"오, 내 어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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