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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Requiem for a dream - 이젠 똘똘함이 엿보이는 것만으로는 매혹되지 않아

시작하자마자 어머니와 아들이 말다툼을 하는데,
어머니가 방문을 잠그고 나가며 화면이 둘로 나눠지는 것을 보고는,
"와, 대체 어떻게 찍었을까..."
하고 감탄.
연인이 누워서 얘기를 나누는 장면에서는 글쎄,
같은 시공간에 있다는 가정이나, 화면으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못 하도록 해놓아서,
또 감탄.
매번 약을 하는 장면 또한 참신하고,
또 각자의 꿈이 사그러들다 못 해 파멸하는 모습을 섞어서 보여주는 장면에서 (아마 심의보류를 받는 결정적 원인을 제공했을 바로 그 장면),
"신체의 파괴 없이도 이렇게 불안하고 찝찝한 기분을 만들 수 있구나..."
싶어서 다시 한번 감탄했지만,
그렇게 똘똘한 연출로 보여주는 이야기는 정작,
고등학교 체육 시간 혹은 윤리 시간에 보여주는 동영상 만큼 지나치게 교훈적이고 진부한 느낌이랄까.
"우와, 우와, 이야..."를 연발하며 보게 되지만, 결국 "잉? 뭐야 이거?"하게 되는 결말.

블랙 스완에서는,
영화 끝까지 뭐가 현실이고, 뭐가 강박적인 환상인지 구분을 할 수 없게 만들어주었고 게다가,
개인의 인격이 파괴됨을 통해서 궁극적으로 아름다운 연기를 보게 되는 아이러니에 처하게 함으로써,
오랜 시간 찝찝한 감동을 유지시켜주었는데 (영화관을 나와서 잠들기까지,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는 일을 수 백번 했었다. 그 다음날, 또 그 다음날까지도ㅋ),
트위터의 칭찬 글 일색에 홀려 그만 너무 기대를 하고 본 탓일까,
그냥 그렇구만그래.
이러다가 또 자고 일어나면 "띵"하니 뇌리를 때리기도 하니까,
우선은 자고 볼 일이다.

별점은 3.5개
그래도 Jennifer Connelly는 아름답고 (게다가 내가 격하게 아끼는 Paul Bettany의 아내), 연출은 끝까지 똘똘함을 잃지 않고 있잖은가 ㅋ.

그나저나,
Paul Bettany의 차기작이 한국 만화 '프리스트'를 원작으로 한 동명의 영화라는데,
예고편만 보면, 'Warrior's way'나 'D-war'를 떠올리게 되서 심히 우려되는 바이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