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 티뷔에서 워낙 맛깔나게 유혹해대는 통에 그만,
덜컥 보고 말았다.
사실, 덜컥, 본 것 치고는 꽤나 흡족한 결과.
Edgar Wright의 Hot Stuff나 Shaun of the Dead를 떠올리면서 재밌게 봤다.
말도 안 되는 설정 속에서도, 괜스레 웃기려고 드는 일 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연기에 임하는 것 하며,
허술한 추리와 반전에, 피식, 해야 하는데도 뻔뻔스럽게 마치 범죄스릴러인 냥 진행하는 것도 그렇고,
푼수짓을 하면서도 끝까지 소박한 정의감을 놓치지 않고 싸우는 인물들이,
딱 Edgar Wright의 냄새.
그래서 끝까지 내내 기분 좋게 볼 수 있었다.
김명민 & 오달수 조합도 Simon & Nick 조합 못지 않게 상당한 코미디 연기 호흡을 보여주었는데,
오달수의 연기와 애드립은 물이 오를대로 올라, 왜 그가 scene stealer 얘기를 듣는지 알 수 있었던 반면에,
김명민의 캐릭터는 약간 웃기려 드는 모습이 보여서 조금은 실망했더랬다.
"아오... 저 장면에서 웃음기 없는 진지한 눈빛으로 대사를 쳤더라면 빵 터졌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 장면이 몇 있다.
뭐, 그렇다 하더라도 뻔뻔한 시나리오와 연출, 그 속에 어우러지는 김명민과 오달수의 호흡은 전반적으로 합격점을 주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을 매번 죽여가며 눈물 짓게 만드는 한국 영화의 홍수 속에서 빛나는 2011년 한국 오락 영화의 걸작이라고 하면 오바일까 ㅋ.
속편을 기대해본다.
내 마음 속의 명장면이라 하면...
적송의 사또가 김명민과 대화 중에 자신의 중후한 목소리를 괜히 흉내내는 김명민을 보면서 당황하고, 어이 없어 하는 표정을 짓는데, 없어도 될 (썰렁한) 개그 요소를 넣은 것이 오히려 내겐 컬트적으로 다가와, 빵 한번 터졌더랜다.
아오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씨익.
아 맞다. 말도 못 하게 아쉬운 점이라 하면,
한지민이 영화 중반 이후로는 어깨조차 보지 못 할 정도로 심각하게 정숙한 복장으로 나타난다는 것인데 (심지어 칼을 들고 악당놈을 처단하러 달려들 때에도!),
내가 이렇게 후반부 그녀의 모습에 실망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초반에 나를 제대로 홀렸다고 볼 수 있겠다 ㅎ.
이렇게 관심 끌어놓고서 정작 다음 영화에서는, 눈 땡그랗게 뜨고 인형인 냥 대사를 읊다가 눈물 똑똑 떨어뜨리는 그런 역만 하지는 않길 바란다. 부디.